사랑방

[스크랩] 수원 화성의 전투에 대한 대비는 세계최고였다.

김경자 2006. 8. 15. 13:30

 

수원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 - 벽돌로 쌓은 옹성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인다.

 

수원 화성은 적의 침공에 대비해 놀랄 만큼 정교하게 모든 것이 잘 짜여 있다. 화성은 단순히 전쟁에 대비한 하나의 성곽으로만 존재한 것이 아니다. 화성은 효와 충, 그리고 자연사랑과 기록정신, 과학정신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 시대의 가장 정교하고, 가장 자연과 동화되는 축조물이다. 그래서 당당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다.


난 역사학자도 아니고, 축성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무엇 하나 제대로 깊이를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화성을 꼼꼼히 살펴보면 절로 입이 벌어진다. 보면 볼수록 참 대단한 성곽이기 때문이다. 성벽은 밑 부분은 큰 돌로 쌓고, 위로 오르면서 점점 돌이 작아진다. 틈이 없이 정교하게 쌓여진 것은 적이 성벽을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다. 성벽은 위로 올라갈수록 안으로 들어가게 해 철저하게 무너짐에 대비를 했음이 보인다. 성벽 위 여장에는 몇 개의 총구를 내고, 사이에는 비스듬히 뚫린 구멍이 있는데 성벽에 적이 달라붙으면 뜨거운 물이나 기름등을 부어 적을 섬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수원에는 4대문이 있다. 동에는 창룡문, 서에는 화서문, 남에는 팔달문, 북에는 장안문이 있는데 이 4대문은 그냥 문을 만든 것이 아니라 문 밖에 옹성을 쌓아서 문을 부수는 것을 철저하게 방비하였을 뿐만 아니라 옹성에는 길이 있어 삽시간에 문으로 달라붙는 적을 사방에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4대문을 찬찬히 훑어보면 대로를 낀 장안문(북문)과 팔달문(남문)은 이중의 반원형 옹성을 쌓아 밀폐를 하였고, 적과 교전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 장안문 양편에는 적대를 만들어 포를 쏘아 적을 섬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그 4대문은 그 곳의 자연과 조화롭게 만들어졌음을 알 수가 있다. 지금이야 동문인 창룡문과 서문인 화서문 앞은 정리를 하였지만, 장안문과 팔달문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로가 있어 역사를 가늠해 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주변의 축성이나 시설로 보아 이곳도 역시 대로를 낀 자연적 지리를 최대한으로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화성은 은밀한 곳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암문이다. 암문은 숨어있는 문이라는 뜻인데, 화성에는 모두 5개소의 암문이 있었다. 암문은 좁게 만들고 지형을 이용해 교묘히 숨겨 놓았는데 이는 전투 시에 물자를 적이 모르게 은밀히 수송하거나, 병력을 이동시켜 적의 배후를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5개의 암문은 그 위치에 따라 동암문, 서암문, 북암문, 서남암문, 남암문으로 불렀는데 현재는 남안문은 시장이 형성되면서 복원을 하지 못해 4개소의 암문만이 존재한다. 화성의 적에 대한 방어를 찬찬히 훑어보기로 하자.

 

화성의 북문인 장안문(위)과 남문인 팔달문(아래) - 옹성을 터짐없이 반월형으로 쌓았다. 이중으로 된 문안으로 적이 들어오면 사방에서 협공을 할 수 있도록 축조되었다.

 

서문인 화서문 역시 옹성을 쌓아 적이 문을 부술 수 없도록 하였으며, 사면에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북문인 장안문은 서울 쪽을 향하여 북향하고 서 있다. 돌로 높이 쌓은 사다리꼴의 육축(陸築) 가운데에 아치형 문인 홍예문을 내고 육축 위에는 2층으로 된 장중한 누각을 세웠으며, 앞쪽에 반원형의 옹성을 쌓았다. 아치 상부에는 물통인 누조(漏槽)를 설치하였는데, 이는 적이 불로 공격을 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그리고 안과 밖으로 여장을 쌓았다. 여장은 각기 크기가 다른 총구를 만들어 놓았으며 그 위치도 각기 다른 것은 각종 화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옹성 아치의 상부에도 오성지(五星池)라는 구멍이 다섯 개 뚫린 일종의 물탱크를 설치하였다. 이것은 적이 성문에 불을 질러 파괴하려고 할 때를 대비하여 만든 것으로 다른 성에서는 볼 수 없다. 북문에 이 오성지를 만든 것은 북벌을 생각하던 정조대왕이 북에서 오는 적과의 교전을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장안문의 좌우에는 적대(敵臺)가 각각 하나씩 있는데 이것은 높은 위치에서 적을 공격할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팔달문 역시 장안문과 흡사한 형태로 만들어 졌으며 터짐이 없는 옹성을 쌓았다. 이런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가 화성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축조되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동암문(위)와 서암문(아래) - 은밀히 병력의 이동이나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이다.

 

암문이란 성의 샛문이다. 주로 으슥하고 후미진 곳에 축조하여 적이 모르게 양식이나 무기 등의 물자를 반입하거나, 사람들이 은밀히 내왕할 수 있게 만든 비밀통로이다. 하기에 암문에는 누각도 없거니와, 문의 크기도 겨우 말 한 필이 드나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며 위는 보통 성곽처럼 되어 있다. 이렇게 숨겨진 암문은 전투시에는 상당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암문이 있는 곳의 지형을 보면 후미진 곳에 두어 적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 또한 암문이 있는 곳의 지형이나 성곽을 보면 적이 은밀히 공격을 해올 만한 장소라는 점도 눈에 띤다. 결국 적은 이 곳으로 침입을 했다가 암문을 이용해 순식간에 병력이 이동되어 전, 후에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암문은 전으로 홍예를 쌓고 위에는 원여장과 평여장을 쌓아 만들었다.


서암문은 서장대 남쪽 약 52m거리에 있는 성곽 시설물이다. 서암문 역시 전돌로 홍예를 물렸는데 안쪽 너비 1.7m, 높이 2.33m이고, 바깥쪽너비 1.24m 높이 2.18m이다. 안팎에 평여장을 설치하였다. 암문은 성 사잇문으로 깊숙하고 후미진 곳에 설치하여 성안으로 들어오는 사람과 가축, 수레를 통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서암문 역시 후미진 곳에 있으며 서장대가 가까워 적이 한꺼번에 공격을 할 것에 대비하여 암문 안쪽에는 계단을 양편으로 두고, 그 위에 다시 길을 내어 공격을 할 수 있는 방어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화성은 아무리 보아도 참 대단한 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볼수록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세계 어느 곳에 이렇게 완벽한 성이 있겠는가?

 

서남암문(위)와 암문 앞을 가로지르는 용도(중앙), 그리고 용도 끝에 위치한 화양루(아래) - 암문 중에 가장 뛰어난 모습을 하고 있어 암문 같지가 않다.

 

암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곳은 역시 서남암문이다. 서남암문은 팔달문에서 성곽을 따라 오르면 팔달산의 등성이에 오르게 되는데, 그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남암문은 다른 암문과는 달리 문위에 포사가 있다. 문의 크기는 겨우 말 한 필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며 문 위는 보통 성곽처럼 되어 있다. 이 서남암문은 170m 길이의 용도가 시작되는 곳이며, 또한 화양루에 이르는 통로 문이다. 서남암문 앞으로 난 용도는 산등성이를 기어오르는 적에 대비해 양편으로 성곽을 쌓고 그 위에 여장을 쌓았다. 이 용도가 끝나는 곳에서 산등성이도 끝나게 되며, 그 끝에는 화양루가 있다. 화양루는 병사들이 쉴 수도 있는 누각이지만 적을 관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 적은 숨어서 공격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수원 화성. 어느 곳 하나를 보아도 철저하게 방어를 위해 시설물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화성은 최고의 공격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계 최고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축성된 그야말로 과학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진 성이라는 점에 대해서 더 이상은 부언하고 싶지가 않다.  

출처 : 하얀구름(소운 김선옥)의 불화이야기
글쓴이 : 하얀구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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